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순천은 내 아이들이 튼실하게 성장한 곳이고,
40대의 내 삶이 무르익은 곳이며, 아이들 아버지가 삶을 끝낸 곳이기도 하다. 그리고 성가롤로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지난 4년여 동안 눈길조차도 줄 수 없던 곳이다. 어쩌다 들려야 할 때는 온몸이 저려서 오래 머물수가 없었다. 오늘 내리는 비 때문이었는지..그곳에 올라가서 수녀님과 긴 이야기를 나누웠다. 호스피스 봉사자교육 기간이라서 자연스럽게 사별가족의 얘기가 나왔다. 다아 쏟아내버리고 싶어도 맘속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딱딱하게 오므라드는 것들이 마른 풀섶사이로 올라오는 새싹이기라도 한 것처럼 드러나기도했다. 잎이 펴지고 줄기가 바로서고 꽃망울이 맺히기까지는 아직도, 아직도 많은 햇빛과 물과 바람이 필요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동안의 막힘들이 조금씩 풀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. 그 큰 슬픔이 언젠가는 쓰일 곳이 있으리라고. 그래서 더 많이 슬퍼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, 담담하게 얘기하시든 노사제의 기도같은 말씀들이 이제는 서서히 내 속뜰에서 씨앗으로 영글기를 염원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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